
처음 차관에 갔을때에는 그저 두리번 거리고 내어주는 차를 마시기에 바빴다.
이 더운 여름에. 차가 너무 뜨겁기도 하고.
찻잔을 떨어뜨려서 차를 쏟을까봐 두손으로 조심조심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에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찻잔을 우아하게 들고 있고 싶은 것도 한몫;; ㅋㅋ)
아침에 하는 묵언차회다 보니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다들 말을 안한다.차를 내어주시는 주인장도, 손님도.
예를들면, 처음 온 사람에게 맞추어서,
-이번잔은 세차(洗茶 : 차를 씻는다) 입니다. 마시지 않고 향만 맡고, 여기(수반)에 버려주세요
-이번에 먹을 차/먹은 차는 무슨무슨 차입니다.
딱 이정도의 말만 했다.
그러다보니 초심자가 느끼는 궁금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물어볼 분위기가 아니라서 조용히 차만 마셨다;;
나중에 어느 주말에 보이차 기초배우기 차회(라고 쓰고, 질문 시간!)에 갔을 때 한꺼번에 물어보았다.
정말 궁금했었는데.
내가 한 질문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Q. 차를 마실 때 소리를 내도 되나요?
차를 식히지 않고 속도감 있게 쭉쭉 마시는게 좋다고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조용히 우아하게 마시려니 그 속도를 맞출 수가 없던 거다.
아메리카노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주니, 세상 뜨거운 음료가 뜨아라고들 말하는데,
보이차는 더 뜨겁다!
보이차는 차잎을 딱한번 우리는게 아니라, 세차-1탕-2탕-3탕이상, 이렇게 여러번을 우려서 각각의 탕마다 향, 맛의 변화, 마시는 이의 몸의변화를 느끼면서 먹는 거라고 한다.
두번째, 세번째 탕을 우려내는게 눈앞에 보이는데!
나도 저거 먹어보고 싶은데!
내 찻잔에는 아직 아까 우린 탕의 차가 남아있는거다;;;
게다가 주인장님은 찻잔이 비면 또 바로바로 채워주신다;; 이걸 다 먹어야 저걸 먹어볼수 있는거다;;
그리고
안그래도 묵언차회라 조용한 분위기인데, 왠지 차를 마시는건 엄격하게 지켜야할 규칙이나 룰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다도"라고 하지 않는가?.. 단정하고 바르게 앉아서 조용히 먹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
후루룩 소리를 내거나, 호호 불어먹는것 따위는 절대해서는 안될것만 같은 기분...
결론은 아니라고 한다.
편하게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먹어도 된다고 나중에 답해주셨다. 그 얘기를 들으니 얼마나 시원하던지.
아, 소리를 내도 되는구나.
(그 말을 듣기전까지는 뜨거운거 꾹 참고 조용조용 & 빨리 먹는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다정한 배려인지 다른 말은 더 안하셨는데, 차를 자꾸 마시다보니 뜨거운 차도 잘 마시게 되면서 소리를 내지 않고도 차를 마실 수 있게 되긴한다.
사실 음식이든 음료든 뭔가 먹을때 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보통 스스로 인지를 잘 못하는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맘편히 후루룩 하는것과 아,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후루룩 거리는건 다르잖아.
Q. 두번째 질문은, 차를 따라주실 때 뭔가 지켜야할 예절같은게 있나요? 였다.
왜 와인을 마실때, 누군가 와인을 따라주면 와인잔의 베이스에 손을 살짝 가져다 대어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그만 받고 싶으면 베이스를 톡톡두드리면 된다고 하지 않던가.
차를 마시는 예절에도 그런게 있는건 아닐까?
이것도 결론은, 그냥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차를 받을 때 찻잔 아래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톡톡 계속 두드리고 있고 그게 고마움의 표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걸 되게 싸가지 없어보인다고 느낀다고들 한다.
"너 이리와서 앉아봐" 라고 하면서 테이블을 톡톡톡 두드리는거 처럼.
근데 나는 차를 받을 때 왠지 공손하게, 찻잔에서 조금 떨어지게 두손을 포개어 놓고 고개를 꾸벅하게 된다. (매번 차를 받을때 마다 그러는건 아니고, 가끔 저절로 그렇게 하게된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고요히 차를 마시고 있지만, 차를 만들어서 내어주는 걸 보고있으면 그분은 생각보다 분주하다.
물을 계속 옮겨담아서 뜨거운 물을 끓이고, 자사호에 물을 붓고, 자사호용 붓으로 닦아주기도 하고, 다음 마실 차를 고르고, 쪼개고, 무게를 재고.
사람들 찻잔이 비지 않게 계속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서 찻잔을 채워주고,
심지어 차를 내어주는 본인도 차를 마시고 있다.
아침부터 차를 마시기만해도 땀이 뻘뻘나는데, 저렇게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절로 고맙다. 절로 고개가 꾸벅.
집에 갈때에도 절로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하고 오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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