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다른 동네의 차관을 다녀왔다. 은평구의 웅차.
나름 인스타에서 원데이클래스로 유명한 곳이더라.
항상 원데이클래스는 집에 들고오는 결과물이 있어야 돈값을 한다고 느껴왔는데, 오늘은 집으로 들고온 물건은 미약했지만, 만족도가 꽤 높았다.
6대다류 차를 모두 맛보기도 했고, 그중에 가장 알고싶고 흥미로웠던 차를 들고왔다.
마신차도 꽤나 퀄러티가 높은 차들로 느껴져서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어제 가본 웅차라는 곳은
보이차만 파는 곳이 아니라, 한국의 녹차,홍차, 우롱차, 다양한 차를 마실수 있고, 팔기도 하는 곳인데.
차관도 어떤 차를 가져오는지에 따라 그 결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현재 내 생각으로는,
- 가장 일관된 맛을 내는 대기업찻집 : 오설록
-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보이차와 같이 도매로 떼어오거나 주문제작해서 개별 체인점?에서 파는 곳 : 지유명차, 대익
- 한국의 차 (대용차 말고 진짜 차) & 중국 차를 농장 또는 생산자와 직거래로 소규모로 떼어오는 곳 : 웅차
스벅커피처럼 어디를 가도 균일한 맛의 차를 마실수 있느냐, 주인장이 셀렉한 스페셜티를 먹느냐의 차이인것 같았다.
각자가 이야기하는 바도 다르고, 표방하는 바도 다르기에, 판매하고 마시는 차도 다르다는것을 처음 알았다. 3번과 같은 곳은 차 편집샵 버젼같았다.
자, 그럼! 6대다류 시음기! 시작해보자
[ 6대 다류 : 백차, 황차, 녹차, 청차(우롱), 흑차 ]
이론적인 종류로만 알고있던 6대다류를 각각 2종류씩 무려 12종류의 차를 마셔보았다.
이야기 듣고 맛보고 하느라, 새로운 차를 마실때 마다 사진을 못찍어서. 막상 사진은 별로 없어서 집에 돌아오니 아쉬웠다.
정말 궁금하신분들은 예약해서 한번쯤 가보시길. (네이버예약, 솜씨당 예약 고고)
보이차관만 다니다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서 다른 이야기를 들으니 그것도 좋았다.
이하에서 기록한 테이스팅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느낌이니, 그냥 즐겨보아주시길.
1) 첫번째 테이스팅 : 녹차 : 하동녹차 vs 보성녹차
하동녹차와 보성녹차가 다른 맛이 나는지 처음 알았다!
두개 모두 세작이었는데, 차나무가 자란 지역의 차이가 아니라 제다방법의 차이 때문이었다.
보성 녹차는 시들린이후에 찻잎을 쪄서 만든 차이고, 하동녹차는 덖어서 만든 차라고 한다.
보성 녹차는 내가 녹차맛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찐한 파우더리한 녹차맛이 나는 차였고, 하동녹차는 좀더 구수하고 단맛이 나는 녹차였다. 녹차를 녹차맛이라고 표현하니 이상한데 쌉싸래한 녹차아이스크림맛을 떠올리면 가장 유사한 것 같다.
녹차의 제다 방식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는 걸 처음 경험했는데, 오설록의 티백이나 차봉지 겉면의 표시에도 되어있다고 보여주니,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맨 왼쪽위의 찐차(steamed tea), 덖은 차(parched tea) 구분!
오설록 세작 녹차는, 찐차와 덖은차가 블렌딩 된 차이고, 보통 싱글오리진이라고 표현되는데, 한 지역의 다른 농장에서 난 차를 섞은 것이라고 한다. 제주의 오설록티뮤지엄이 있는 곳이 서광차밭이라고 한다.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차밭은 사람들이 만지기도하고 부대끼면서 찻잎이 상하기도 하고, 녹차는 원래 해가 많이 들지 않는 곳에서 자란잎을 활용한다고 하는데 사진이 쨍하게 잘나오는 지역은 햇빛이 너무 들어,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 차밭에서만 나는 찻잎으로 만드는게 아니라, 다른 차밭의 찻잎들을 섞어 그들의 표준인, 일관된 맛을 내도록 만드는 거라고 한다.
나는 녹차는 익숙한 보성녹차맛이 좋았다. 기대하던 맛을, 놀라움없이 그대로 먹는 즐거움에 가깝다고 할까? 하동녹차는 구수한 맛밤 향과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었다.
두번째 탕에서는 차 우리는 온도에 따라 맛이 변하는 걸 알아보는 시도였는데, 녹차에 뜨거운 물을 그대로 붓고 차를 우려본 것이였다. 너무 뜨거운물에 녹차는 떫은 맛을 지나 쓴맛이 날 정도로 맛이 변해버렸다. 음. 비교해서 먹으니, 떫은 맛과 쓴맛은 확연히 구분되었다. 녹차는 여린잎을 쓴만큼 온도에도 예민해서 신기했다.
2) 두번째 테이스팅 : 백차 : 수미 vs 백호은침
수미와 백호은침 모두 시들려서 말리기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차라, 아주 여리여리한 맛이 날 것 같았는데,
수미라는 차는 시나몬향이 나는 한약탕 맛이고, 백호은침은 여리여리한 꽃향같은 싱그러운 향이 나는 차였다. 백호은침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 향이 풍부한데 비해 맛은 그리 깊지 않은 것 처럼 느껴졌다. 어린 백차여서 그럴수도 있을 것 같다. 올해(2024년) 백호은침이라고 했다.
백호은침은 덖거나 비비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찻잎의 뒷면에 있는 솜털이 그대로 살아있다. 사진처럼, 그래서 만져보면 솜털이 느껴지긴하는데, 나는 그 촉감이 좋지만은 않았다 ㅋ (이건 개취니까)
근데 향이 너무너무 풍부해서 낮시간에 딱 리프레쉬하기 위해 마시기 좋은 차 같았다.
덖거나 비비는 과정이 없기때문에 찻잎에 상처가 많이 나지 않아서, 우리는 시간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어서 사무실에 두고 먹기에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수미와 백호은침중에는 백호은침 윈!
3) 새번째 테이스팅 : 황차 : 곽산황차 vs하동 중작 황차
황차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는데, 녹차를 만드는 과정중에 천으로 덮어주어 약간의 발효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곽산황차는 녹차와 거의 유사하게 느껴졌고, 마신후에 엄청 드라이하게 느껴졌다.
반면에 하동중작황차는 향이 독특했는데, 여러가지 섞인 풀을 으깬것 같은 향이 라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적당한 표현을 찾고싶었는데, 도무지 생각나는게 없었다. 마신후에는 혀밑에서 단침이 확 솟는 신기한 차였다.
황차가 왜 없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마신후의 맛이 녹차와 거의 유사하게 느껴져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하동에서 정말 다양한 차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다.
4) 네번째 테이스팅 : 청차 : 백호오룡(동방미인) VS 대홍포
청차들은 정말로 향이 강하고 화려했다. 향을 위해서 마시는 차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았다.
백호오룡은 벌레가 먹은 찻잎으로만 만들어져서 그 상처를 회복하느라 나오는 특별한 성분이 응축되면서 달달한 맛이 난다고 한다. 영국 여왕이 먹고 동방의 미인이 연상되는 차라는 언급을해서, 동방미인으로 더 유명한 차라고 한다. 엄마가 중국여행가서 사왔던 그 차. ㅎㅎ
동방미인은 흰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찻잎만으로도 아주 화려한 차였다. 찻잎도 매우 작아서, 고급 동방미인인것 같았다.
가끔 사람들이 얼그레이에서 화장품맛이 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동방미인은 정말로 화장품 같은 맛이 았다 ㅎㅎ
음. 내껀 아닌걸로. ㅋ
지난번에 보이차를 살때 한번 먹어보라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동방미인이 한봉지 있는데, 이건 언제 낮에 먹어야 할 것 같다. ㅎㅎ
대홍포라는 차는 송나라의 무슨 왕인가, 왕후가 아팠는데, 어느 차나무에서 난 차를 마시고 병이 나았다고 그 나무를 치하하기위해 붉은색 천을 덜어두어 대홍포라고 한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차 중에 하나라고 하기도 하고, 닉슨대통령이 중국에 방문했을때, 그 왕후의 병을 낫게해준 차나무에서 난 차를 200g로 주었다고 한다. 국가수장급의 외교 선물로 쓸만큼 상징성이나 자부심이 강한차인가보다.
지금도 붉은 천을 두르고 있던 차나무가 아직 살아있기는 한다고 하는데. 그 나무에서는 찻잎을 따는건 금지되어있고, 지금 시장에 유통되는 대홍포라는 차들은 그 대홍포 원조 나무?의 가지를 복제해서 키운 차나무에서 수확한 찻잎들도 만든 거라고 한다.
첫향은 스모키하고 구수한 향이 나는데 나는 이 스모키한 향이 엄청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차 맛은 향이 나던것이 그대로 차 맛으로 느껴지는 맛이었다. 차를 두번째 탕까지 우려내고 나니, 아주 달달한 달고나 냄새가 났다.
좋은 차는 입안아서 혀를 타고 넘어가는게 아니라, 입천장쪽을 치고 넘어가면서 그 맛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난 정확하게 모르겠더라..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나는 마지막에 마음에 드는 차를 고르라고 했을때 대홍포를 골랐다.
3g을 따로 포장해 주셨는데, 이따가 저녁때쯤 오리자사호에 한번 우려볼 생각이다. 기대된다!
5) 다섯번째 테이스팅 : 홍차 : 하동 잭살차 vs 정산소종
음. 나는 여기서부터 차 맛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첫향은 잭살은 풋향이 나면서도 달고 구수한 맛이 나는 차였고, 정산소종은 정산소종은 가쓰오부시 향에 그, 정로환!! 같은 향이 나는 차였다 ㅎㅎㅎ 같이 티클래스를 받은 영한친구는 정로환을 모르던데!ㅋㅋ
이 두가지 차를 번갈아가면서 한입씩 먹어서 그런가, 두번째탕부터는 두개 차 맛이 다 짬뽕이 되서 구분이 안되었다 ㅎㅎ
나중에 물어보니, 잭살과 정산소종은 아주 맛이 다른 차라고 한다.
다음주에 여러가지 잭살차를 마셔보는 찻자리를 예약해 놓았는데, 맛을 잘 느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ㅎㅎ
책도 마저 읽어야 하고 ㅎㅎ
정산소종도 굉장히 독특해서 눈길이 갔는데, 한국 홍차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잭살이 꽤 비싼 차이던데, 한국 홍차는 다음번으로 넘기기로!
6) 여섯번째 테이스팅 : 흑차 : 보이 생차 vs 보이 숙차
한국사람들은 중국차!하면 보이차를 떠올리는데, 중국 사람들은 흑차, 특히 보이차 판매 마켓쉐어는 10%미만이라고 한다. 흑차도 보이차만 있는 것도 아니고, 육보차와 같은 것도 있다고 한다.
어제 마신 보이 생차와 숙차는 강한 인상은 없는 차였다. 따로 무슨 차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보이차 이야기는 다론 곳에서도 많이 듣고 있으니까.
이렇게 6대다루 테이스팅 클래스가 모두 끝났다! 마시고난 찻잎들을 모아서 이렇게 보여주기도 하고.
보이차 품평을 간단하게 했기에 대신 다른 질문들을 해보았다.
Q. 한국사람들은 왜 보이차를 많이 마셔요?
A. 그러게요. 이효리씨 때문일까요 ㅎ 근데 아마 보이차가 수입이 많이 되어오기 때문이 아닐까요? 녹차를 중국에서 수입해 오면 관세가 500%로 쎄게 붙는데요. 우리나라 녹차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대만의 우롱차는 90년대 들어서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관계가 좀 어색해 져서 그런가. 우롱차는 좀 그렇고, 그나마 중국차의 느낌을 많이 살리고 수입하기에 수월했던 보이차가 많이 풀려서 그런거 아닐까요?
음.. 녹차 수입에 관세가 많이 붙는지는 처음 알았다. 정확한 사실인지는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조성, 하동, 제주 녹차도 있으니 그걸 사먹거나.
중국에 여행가거든, 중국 녹차를 여러가지 마셔볼 요량이다.
중국가서 차 사오면 속기 마련이라 좀 아쉽기는 하다. 분명, 신기하고 맛있을 텐데.
아무튼 어제의 6대다류 시음 클래스는 취향을 찾아본다는 면에서 정말 좋았다. 굳이 보이차 만으로 차생활을 한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특히나 요즘 집중하고 있던 보이숙차는 다양한 차들중에 그저 꿀덕꿀덕 잘 넘어가는 차 중의 하나였을뿐이다. 다음에 다른 6대다류 시음회가 있으면 또 가보려고 한다.
한번의 찻자리로 취향을 결정하면, 다른 가능성들을 닫게 되는 거니까.
자, 오늘은 일요일이라! 이만큼 길게 블로그를 쓰는게 가능했네!
이제, 오블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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