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보이차말고, 한국 다기 작가, 한국 다원 차를 접한 날.
차생활을 하면할 수록, 꼭 보이차에만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걸 느끼면서, 다양한 차관에가서, 다양한 차를 접해보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다인, 다원, 그리고 다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한국 도자 작가들의 다기전시 겸 하동 다원의 차를 판매하는 이벤트에 다녀왔다.

출발지에서 생각보다 가까워서,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걸어갔다.
지난주에 그렇게 많은 눈이 왔던 걸 잊을 만큼, 경의선 숲길은 아직 가을이었다.
눈왔던 날에도 한번 와봤으면 좋았을껄.. 가을 낙엽위로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을텐데!

장소는 광흥창역 바로 앞에 위치한 소박한 공간대여 장소. 스튜디오 하루. 라는 곳이었다.
아직, 블로거의 일상이 몸에 베이지 않았는지, 어디를 가도 사진을 많이 찍어오지 않아서, 늘 집에오면 아쉽다.
전시에 참여한 도자 작가들은,
무무요, 은전요, 호석요, 청학도방, 우시형, 소랑요
참여한 다원은
하동의 무애산방, 휴심선차였다.
보이차 마시는 차호와 녹차, 홍차 마시는 다관을 좀 분리해줘야 겠다싶어서, 사람들에게 물어봤을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 한 브랜드는 무무요였다. 네이버 스토어도 있고, 인스타는 @moomoo_studio이다.

인터넷으로만 보았을때에는, 무척 화려해 보였는데.
오늘 실물로 보니,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화려하진 않았고
매끈한 백자에 엄청 요즘스러워보이는 패턴이 은은하게 배여있어 보였다.
전시를 갈때, 차하나 숙우가 적당한게 있으면 살지도 모르겠다..하면서 갔는데.
전시 종료가 얼마남지 않아서 인지. 이미 예쁜 것들은 다들 데려간게 아닐까 싶었다.
전혀 몰랐고, 실물도 오늘 처음보았는데!
와! 하고 탄성이 나오는 작가가 바로 소랑요였다. 오늘도 기물들을 쳐다보고, 만져보느라 사진을 찍은건 이거 한장이라.. 인스타에서 이 작가님의 인스타 게시글을 몇개 가져왔다.

https://www.instagram.com/sorang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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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토에 분청을 얹고, 굉장히 한국적인 문양들을 세필로 작업한듯.
다관 자체가 굉장히 작고 아담한 사이즈인데! 실제로 보면 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보이차 마시는 사람들은 "차호:"라는 말을 자사호같은 주전자를 가리킬때 사용하는데,
한국 다구들 중에 "차호"는 "차통"을 의미하더라.
차를 우리는 주전자는 한국 다기에서는 "다관"이라고 말하고. 아, 순우리말로 "우림이"라고 쓰기도 하더라.
일상적으로 "우림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못보았고, 일부러 우림이라는 글자로 쓰는 사람들은 있었다.
다들 보는 눈이 비슷비슷한지, 소량요도 작품이 거의다 판매되었다고 한다.
나도 다관 한점을 들었다놨다 하다가. 그냥 사지 않고 왔다.
다음번 읽을 책이, 한국 다기에 관한 책이기도 하고,
작가 기물들은 눈에 보였을때 사야, 다음번에 아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나름 미니멀이라. 한템포 진정하고... ㅎ
다관은 덥석덥석 사는게 아니라, 천천히 보고 마음에 쏙드는 걸 데려오는게 나에게는 더 잘 맞는것 같다.
자사호를 한두개 사보니 그렇더라.

두번째로 눈에 띄는 작가는 청학도방 송춘호 작가님 것들이었다
고령토에 분청을 입혀서 만든 것인데, 소박한 한국 도자기의 멋이 들어있다.
다만, 나뭇잎모양 식물문이 100% 내 취향은 아니여서
숙우를 만져보다가 그냥 두고 왔다.
우시형 작가님 다기들도 있었고,
장작가마를 이용해서 4일간 환원소성하는 제작방법이 굉장히 독특한데, 그릇으로서의 크기나 완성도가 내 손에는 맞지 않아서, 그저 감탄만 하고 왔다.
귀한 작품인것 같았다. 주전자의 완성도만 더 올릴수 있다면!
평가하려는건 아니고, 작품들은 거의 아트의 경지!이신데, 내 취향이 아닐뿐이라.
오늘 무엇보다 인상적인건 무애산방의 차였다.
전시를 보러가서, 차를 마시게 될지는 몰랐는데, 녹차, 홍차, 발효차 3가지나 맛보고 왔다.
무려, 전시중인 작가님들 다기를 사용해서, 차농사를 짓고, 차를 만드는 대표님이 내어주는 차를 먹은 것이다!!!
위쪽에 다관들 중에 검은색 항아리 모양이 소랑요, 오른쪽에 꽃이 꼽힌 숙우가 청학도방, 내가 사용한 회화그림이 그려진 찻잔은 효석요이다. 확실히 소랑요가 눈에 확 뜨이기는 한다!

하동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차들 중에 녹차말고, 다른 홍차나 발효차를 먹어본건 손에 꼽을 정도로 경험이 적은데.
결국, 차를 사들고 왔다.

먼저 오른쪽에 있는 차는 하동 홍차이다.
지난번에 먹어보았던 잭살차처럼,
첫향은 짓이겨진 풀향이 나는데, 맛은 굉장히 달콤한 꿀맛이 난다. 차를 마신후에 찻잔에 남는 달콤한 향기도 엄청 강하다.
한국의 홍차들이 대부분 이런 분위기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기존에 인식하고 있던 홍차, TWG, 다만프레르 같은 화려함이 아니라, 스트레이트 차로서도 너무 독특하다.
운남의 홍차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어쩌면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유럽의 차들이 중국의 차를 모방해서 그들의 취향을 입힌것이라면,
한국 하동지역의 홍차는 아예 다른 부류의 차 같다는 느낌이다.
6대다류라는 분류방법에 의해서만 홍차로 나누어질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예 다른 종류의 차를 마시는 것 같다.
무애산방의 홍차는 홍차이면서도 긴압차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고무적인건, 익혀서 먹는 차로서 빈티지를 가지고 생산된다는 것이다. 와인처럼.
아직 한국홍차에 대한 견문이나 경험이 없어 100g짜리 딱 하나만 들고 왔는데.
기대되는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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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마신차는 청홍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청차의 방식으로 만들어 졌는데, 건조이후에 열처리를 해서,
굉장히 독특한 차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의 열처리의 수준이, 이미 말려진 찻잎을 커피원두를 로스팅하듯이 다시 볶아 말리고(홍배)
숯을 이용해 탄배처리까지 한것이다. 무려. 한국인 인건비로..
첫인상은 거의 대홍포!!!! 느낌이었다.
아주아주 깊은 스모키함!!
이런 차들도 기계수확한게 아니라, 사람이 직접 찻잎을 수확하고, 차를 만들고, 마지막 열처리까지 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빈티지별로 고급화 전략으로 가는게 맞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도 좀 많이 비싸다. 대홍포보다 두배가량.
한국의 인건비 수준과 설명하신 후처리의 과정을 생각하면 그 가격이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후덜덜하기는 했다.
아껴먹어야지.
그래도 사온것은 대홍포랑 비교해서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입맛이 아주 예민하고 감각이 좋은 차우가 한명있는데, 그 친구에게 대접해보고, 답을 얻어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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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 정말 맛있다. 아껴아껴아껴 먹어야 할 것 같은 차이다.
오늘 무애산방의 사장님께서, 차를 대접해주시면서
이야기해주신 여러가지 것들. 그리고 차시!를 하나 선물로 주셨다.

본인이 만든차를 중국 최고의 명차중의 하나인 대홍포 느낌이 난다하니 기분이 좋으셨던 걸까.
보이차에 한정하지 않고 한국차들도 먹어볼 생각으로 이것저것 탐구중이라하니, 그게 마음에 들으셨던걸까.
무엇이 되었든.
좋은 차를 내어주셔서 감사했다.
차농이자 제다인이 직접 내어주는 차를 마셔볼 일이 몇번이나 있을까.
귀한 경험이었고 감사했다.(게다가 작가 기물들..ㅎㅎㅎ)
지난번에 다녀온 웅차에서, 일년에 한번 차농가 체험을 갈때 무애산방으로 간다고 한다.
언젠가 한번쯤은 차농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어쩌면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다!
내년에 무애산방으로 간다면, 일정을 맞추어서라도 갈까 싶다.
무애산방의 대표님은.
언제고 기회가 되면 또 뵙고, 차마시고 이야기 나누고픈 소박하면서도 자신이 만드는 차를 아끼는 마음도 가득한 분처럼 느껴졌다. 꼰대같지 않아서, 더 좋았다.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서 효능따위를 과장되게 홍보하지도 않으셔서.
맑아 보이셨다. 다음번에 또 다른 자리에서 또 뵙기를!
오늘 즐거운 찻자리 & 다기 구경으로 신나는 하루였다.
오늘 일기 끝! & 오블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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