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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소비자 이야기

보이차 소비자 이야기_7_생차?숙차?도 보이차인거야?

 

 

보이차를 처음 마시는 자리에 가면 사실 쭈뼛쭈뼛하다

차관의 주인장이 차를 평소에 좀 드시나요?라고 물어본다 
처음 마셔본다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는게 오히려 낫다. 나도 "처음 마셔봐요", 그랬다.  
그러면 보통, 찻자리 주인의  다음 질문이 식사하셨어요?일 것이다 

 

이렇게 차마실 사람의 식사여부나 몸상태를 보아, 어떤 차를 내어줄지, 처음 차를 마시는 사람에게 어떤차를 어떤 순서로 내어줄지 등등 찻자리를 운용하는 거라고 한다. 

찻집의 메뉴는 코스로 되어있었는데, 코스를 설명하는 내용중에 생차, 숙차, 진기.. 뭐 이런말들이 있었는데

생차/숙차도 보이차?겠지?싶었다.

 

그렇다. 보이차를 발효방식에 따라 생차 / 숙차로 구분하기 때문에 그렇게 표시한 것이다. 

이게 선택이라면, 산미가 좋은 커피를 마실꺼냐 바디감이 좋은 커피를 마실꺼냐와 비슷다고 보면될것같다. 

산미/바디감의 선택은 커피 원두의 종류가 다른 것중에 자신의 취향을 고르는 거라면, 보이차 생차/숙차의 선택은 발효방식이 달라서 맛이 다른 보이차를 선택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코스 메뉴중에 초보자 코스가 제일 땡기긴 했었다.ㅎㅎ

 

보통 보이차 초보자 코스에는 반생숙(생차+숙차), 숙차, 생차의 순으로 차를 내어준다. 

맛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반생숙을 제일 먼저 먹고, 숙차, 생차의 순으로 먹는다. 반생숙의 맛과 비교해서 숙차라는건 어떤 느낌인지, 방금마신 숙차와 비교해서 생차는 어떤 느낌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 둘중에 어누 것이 더 좋았는지는 차마시는 이의 취향인거고. 

그럼 생차는 뭐고, 숙차는 뭘까? 두개는 어떻게 다르고, 내가 어떤 상태일때 어떤 차를 골라야 할까? 

음.. 생차와 숙차는 아까 이야기한대로 발효방식의 차이에 따라 구분하는 거라고 했는데. 

설명하려니 보이차의 생산과정을 생략하고 말하기가 어렵군. 이래서 다들 보이차의 생산과정을 설명하는 거구나.

 

내게 가장 놀라운 개념의 전환은 보이차는 "농산품"이라는 것이었다.

녹차든 홍차든 차가 농산품이라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는데 

원재료를 가지고 가공과정을 거친 농산품. 치즈나 된장 같다고 이해했다. 

 

보이차 생산은 (나도 들은 이야기이지만) 초보자인 내가 이해한 수준에서 설명을 하자면

아주 간단하게는 

차나무 잎 → 보이차의 원재료가 되는 모차(毛茶) 만들기 → 생차(生茶) 또는 숙차(熟茶)로 만들기이다. 

 

모차를 만드는 과정은 일반적인 녹차의 가공과정과 비슷하다고 한다. 

출처 : 기초부터 배우는 보이차_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p39

 

이렇다고 하는데, 뭔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 단어들을 내가 이해한바로 풀어쓴다면 이렇다 

 

찻잎 따기 → 시들리기 (수분을 줄이기, 이 과정에서 약간의 산화) → 뜨거운 솥에 차잎을 비비고 덖기(녹차관련 다큐에서 자주보던 그 장면, 손으로!  솥위에서! 찻잎을 둥글게 뭉쳤다가 다시 날리는 과정, 태우지 않음) : 살청  → 차잎을 주무르면서 휘말고 굴려서 비틀린 모양으로 성형 (작업대위에서) : 유념 → 유념과정에서 뭉쳐진 차입을 헤쳐서 풀어주거나 분리 : 해괴 → 햇볕에 약하게 말림 

 

이 과정을 다 거친것이 보이차의 원재료가 되는 모차, 상태이고 녹차의 가공과정이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생차를 만드는 과정은

이후의 생산과정은 모차를 블렌딩(병배)해서 → 증기로 찌고 압력을 가해서 모양을 만듬. (모양을 만들대 둥그런 원형판 모양으로 만들면 병차(餠茶 ), 벽돌모양으로 네모박스로 만들면 전차(전차), 밥공기엎어놓은것 같은 모양으로 만들면 타자(타차)가 되는 것)  → 건조 → 저장 및 진화 (즉 후발효)

이렇다고 하는데...

 

음...  이렇게 설명하는게 맞을까? 내가 차 생산자가 아니고.. 생차와 숙차중에 어떤 것을 먹을지 고르려는 것 뿐인데.. 

 

음.. 그러니까, 생차는 만들어진 이후 자연스럽게 후발효 되도록 오랜시간을 기다리는 것이고, 숙차는 생차를 먹기 좋은 시점까지 기다리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제조공정에서 발효과정을 먼저 거치는 것이다. 

정리하면, 차라는 농산품이 완성되는 시점에 발효가 시작되었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이다. 생차는 발효되지 않은 것이고, 숙차는 발효된 차잎으로 만들것이 숙차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생차는 15년 이상을 기다려야 먹기에 좋은 상태가 된다고 하는데, 숙차는 5년 이상, 7년정도면 먹기에 괜찮은 상태가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현재까지 내가 느끼는 바로는!

숙차는 발효가 잘 된 숙미가 난다고 하고, 부드럽고 편안한 반면에 생차는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는것 같다. 

그래서 공복이거나 밤을새서 몸상태가 메롱일때, 보통 숙차를 권해주고, 

식후이거나 땀을 쭉 빼는 강한 열감을 원할때, 각각의 다채로운 맛과 향을 원할때 생차를 권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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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숙차는 인공적으로 쾌속발효과정을 거쳤으니까, 생차보다 못한걸까?라는 의문이 들수는 있다. 

근데,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숙차가 가짜라고 말한다면, 수많은 차창들이 숙차의 발효기술을 위해 모차와 자본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숙차도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아주 감미로워지는데, 30년이상된 노숙차는 생차보다 더 귀하다고 한다. 

 

게다가 숙차는 비교적 빨리 먹기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좋은 숙차가 나이까지 먹어서 최상품이 되었을때에는 구하기도 어려워서. 없어서 못먹지, 숙차여서 못먹는게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헌책방 냄새같다고 표현하는 숙미를 불편해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초보자들은 대부분 숙차를 먼저 좋아하게 된다고 한다. 나는 헌책방냄새는 아니고, 뭔가 아직 적절한 내 표현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 숙향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생차와 숙차의 탕색비교

초보자의 눈에 직관적으로 생차는 맑은 노랑색 또는 맑은&연한 갈색인데 반해, 숙차는 붉은색 또는 진한 다크브라운이다. 

 

지지난번 차회에서 찍은 사진이다. 

왼쪽 첫번째 잔은 숙차, 두번째 잔은 생차, 세번째잔이 아주 오래된(기본 30년 이상의) 노숙차였다. 

같은 날, 같은 찻잔에 두고 사진을 찍으니 이렇게 비교가 되는 군 ㅎㅎ

 

 

차를 다 마시고나면 자사호에서 차엽을 꺼내어 주고, 차호를 뜨거운 물로 씻어주는데

생차와 숙차는 먹고난 이후의 차엽으로도 구분이 된다. 

 

차엽이 담겨있는 것을 보면, 

왼쪽1번 차엽이 반생숙이다. 생차와 숙차가 블렌딩된 차. 

왼쪽에서부터 2번째 잎이 생차. 

왼쪽에서부터 3번째 잎이 숙차이다. 

눈으로도 확연히 보이듯이 생차는 푸릇한 카키색이고, 숙차는 찐한 다크브라운이다. 

 

이날 찻자리에서 생차와 숙차에 대한 선호를 물었더니 대부분 사람들이 숙차가 좋다고 하여, 4번째 차로 오래된 숙차를 마신 것이다. 기억으로는 나이를 20년쯤 먹은 숙차였고, 부드럽기만 한것이 아니라 스모키한 향과 대추맛이 나는, 내입맛에는 아주 유니크한 차였다. 

 

나는 아직 병차를 직접 사서먹은 적은 없는데, 첫번째 병차로 아마 이 차를 살 것 같다. 

03년 홍대파달숙병!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이정도면 생차를 고를지, 숙차를 고를지 선택할수 있지 않을까?  

근데 나는 늘, 반생숙, 숙차, 생차. 이 순서대로 세가지 종류의 차를 먹고싶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