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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소비자 이야기

보이차 소비자 이야기_12_랜선 조조차회_보이차 차회

 

 

 

오늘 다녀온 묵언 조조차회 랜선중계를 해보자!!

 

 

아침6시 30분. 눈뜨자마자 양치+고양이세수만하고 츄리닝 바람으로 나선다

추석이 코앞인데, 아직도 폭염이라더니.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

차마시기 좋은 계절이 오려나

 

 

아침7시, 

이른시간인데, 차관의 주인장은 오늘도 풀세팅 완료이다. 저분은 도대체 몇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걸까

아침 식사 하신분? 아무도 없다 ㅋㅋ

몸상태 이상 있으신분? 체하셨거나?  컨디션 다들 괜찮으신가요?

어떤 차를 내어줄지, 생각중인 가보다. 

 

차관의 풍경은, 매일 똑같은 듯, 조금씩 달라진다.

골드와 우드톤의 작지만 오밀조밀한 공간. 

 

테이블 중앙에 앉으면, 정면 찬장에 자사호들, 오른쪽 선반이 생차들, 왼쪽 선반에 숙차들이 진열되어있고,

오른편 장식장에는 자사차통에 보관중인 차들, 종이박스에 들어있는 차들, 차 아파트가 있고, 왼쪽편 장식장에는 판매하는 자사호, 개완, 찻잔들이 진열되어 있다. 

 

 

내가 앉은 자리의 테이블의 건너편은 차를 내어주는 팽주의 공간이다.

팽주입장에서 오른쪽에 물을 끓이는 전기포트들, 중앙에 커다란 차판(수반)이 위치하고 있다. 

 

오밀조밀, 아기자기. 자사호와 차가 한가득.

보이차 런베글 에디션이라고 보아야 할까, 맥시멀리스트이신가.. 싶지만, 이 차관은 넓다고해봐야 5평? 내외의 곳이다.

작지만, 정감이 가는 곳이다. 주인장도 이 공간과 비슷하다. 

 

-

 

자리를 잡고 앉으면, 찻잔을 고른다.

오늘은 어떤 잔에 먹어볼까, 랜선 중계를 할 요량이니 차의 탕색이 잘 보이는 하얀 잔을 집었다.

 

 

이젠 제법 큼지막한 찻잔을 골라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차 마시는 속도가 제법 붙어서.

슬슬 겨울용 찻잔을 하나 장만해야지 싶다. 처음 산 찻잔보다 용량도 좀 크고, 여름보단 차가 빨리식을테니 두께도 도톰하고, 전체적으로 펼쳐진 모양새가 아니라 오므라든 모양새라 차의 향도 즐길수있게해주고, 차가 천천히 식었으면 좋겠네.

입에 닿는 "전"이라는 부분의 느낌도 얄쌍했으면 좋긴하겠다. 

그리고 좀 너무 계량한복스러운 디자인이 아니라 단순하고 모던한 찻잔이었으면. 

 

 

첫차가 나온다. 

첫차는 "삼년호합전차 567 숙"라고 한다.

 

다들 공복이라고 하니 숙차부터 내어준건가보다. 15,16,17년도의 무량산 찻잎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 집에서 먹고있는 0910무량산 숙타와 매우 비슷한 맛이다. 집에서는 에어컨을 틀지 않고 차를 마셔서 그런건가? 0910이 따스한 열감면에서는 더 좋은 것 같다. 

 

집에서 먹을 다음 숙차를 고민중에, 삼년호합을 생각하긴 했었는데, 이런 맛이군. 0910 WIN~

 

 

 

두번째 차가 나온다

두번째 차는 무량산보이산차 2015라고 한다. 

 

확실히 생차는 탕색이 맑고 노오랗다. 

이전에 보이차 완성된 형태에 따라 병차, 전차, 타차 등으로 구분한다고 했는데, 산차는 둥그런원반형(병차), 벽돌모양(전차), 밥공기엎은모양(타차)으로 긴압하지 않고, 잎차 그대로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들을 산차라고 부른다. 

 

주인장은 이 보이산차에 어울리는 차호로는 서양배 모양의 차호를 골랐다. 

차와 자사호의 페어링도 차맛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자사호 원재료가 되는 돌가루의 성분이 차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 서양배 모양의 자사는 니료가 무엇인지 물어보고싶지만, 다들 조용하여... 일단 스킵!

(나중에 물어본다는 걸 까먹음;;;)

 

 

세번째 차가 나온다. 이번에는 숙차일까, 생차일까?!?

 

숙차이다. 이번엔 흠봉황보이숙타12.

흠봉황 숙차 한번 마셔보고 싶었는데!

맨처음 마신 삼년호합에 비해서 진기 3년차이인데, 훨씬 찐하다는 느낌이 든다. 숙차인데도 탄닌감이 있고, 신기하게 약간의 새콤한 맛?이 있는거 같다?!?하고 있는데. 

 

주인장이, 

"요녀석이 자사차통없이, 한지로만 싸인채로(홈리스로) 보관하고 있어서 약간 신맛이 나는거 같다"고 주인장이 먼저 이야기를 한다. 그럼, 잘 산화숙성하면 신맛은 아니겠군. 제대로 먹어봐야겠는데? 

 

보이차의 여러가지 맛중에 사람들은 신맛을 크게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탄닌감은 즐기는데, 신맛은 싫다라...

나는 신맛이 정확하게 느껴지는 차를 처음 마셔보았다. 나쁘진 않던데? 

 

 

이 무난무난한 이름을 가진 무량산보이산차2015는 기름기 분해를 잘해서 차관에서는 다이어트차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ㅎ

소화도 잘 시켜주고 기름도 잘 분해해서, 트림이 나올꺼라고.

(나도 어제 저녁을 간단히 먹어서 거의 빈속이었는데도 뒤늦게 트림을 했다. 차관에서 손님들이랑 나란히 앉아서 차마시는데 트림이 나오면 좀 부끄럽기는 하더라;;;) 

지난 겨울내 꽈배기에 꽃혀서 매일매일 꽈배기를 사먹던 손님이 꽈배기죄책감을 덜기위해 이 차를 집에두고 먹었다고 한다. 내 옆자리 앉아서 차마신사람 ㅋ

 

흠봉황숙타에 페어링한 자사는 단니 금과. 내가 사려고 눈여겨 보던 생활차호 중에 하나였다.

이 자사는 별명이 맹구가 되었다고 한다. 짱구 친구 맹구! 그 아이. 맨날 모자쓰고 콧물 흘리고 있는 애!

저 금과 자사호를 부리가 있는 정면에서 보면, 자사호들은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수분과 차를 머금고 부리로 물을 조금씩 내뿜는데, 맹구가 코흘리는거처럼 보인다고!!! 별명이 맹구가 됐다 ㅋㅋㅋ

 

 

 

 

마지막 차가 나올 차례이다. 

보통 하이라이트로 맨 마지막에 좋은 차를 내어주던데! 오늘은 무슨 차를 맛보여 주려나. 

마지막, 4번째 차는 13포랑산금추청병이라고 한다. 가을에 수확한 차 찻잎으로 만든 생차라고. 이번에 먹을 차를 떼어내기 전에 병차를 꺼내어 냄새를 맡아보라고 내어준다. 

 

새로 시음용으로 포장을 풀었나보다. 거의 새거네? 냄새를 맡아보라기에, 얼굴을 들이밀었다가 얼른 뒤로 뺏다. 

병차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도 되나?!? 이 생각에. 

 

나는 멈칫멈칫 이래도 되나?안되나? 하는 의문들이 자꾸 생긴다. 그냥 그래도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도련님처럼 온동네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자란 사람들 있잖아. 그냥 뭐든해도 돼었던 사람들. 난 좀 억압되어있나봐 ㅋㅋ

암튼, 냄새가 음~총! 향이 폴폴 나는 생차였다. 잘 모르는 내가 보아도 찻잎이 엄청 큼직큼직한게, 맛이 기대됐다. 

 

 

병차 덩어리에서부터 차냄새가 폴폴 나더니,

첫번째 탕은 상큼한 향이 나고, 맛은 페퍼민트 티같은 박하향이 연하게 났다. 

두번째 탕부터는 탄닌감이 있고, 차를 머금은채 코로 숨을 뱉어보니 상큼한 향이 입안에 싸악돈다. 

마시고 난 이후에 혀에 달달한 포도같은 여운!이 느껴졌다. 이런 과실향이 남는구나! 생차는!

매력적이야. 

 

확실히 생차들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서 자기주장이 강하다. 이녀석은 10년 남짓 세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응, 너의 자기주장, 괜찮네. 즐거웠어-

근데 너도 나이를 먹으면 자기주장이 더 강해질까? 아님 반대로 부들부들해져서 다른 맛이 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시간반 동안 4가치 차를 숙차-생차-숙차-생차 순으로 먹었다. 

아주 유명한 이름난 차들을 한번씩 맛보는 것들도 좋지만, 이렇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괜찮은 차들을 계속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오늘의 차회 인증샷! 그사이 해도 높이 떳나보다. 사진이 환하네. 

 

아침이고, 다들 공복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차를 부드럽게 우려주신거 같다.

주로 주니와 단니 차호를 사용하였고, 생차의 경우에는 강렬한 느낌을 덜어내고 여리여리한 맛을 내기 위해서 

물의 온도를 한톤 낮추어서  우려주었다고 한다. 이렇게도 차를 우리는구나. 

 

 

아침시간이니, 출근을 하기위해 하나둘 바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다음에 또 뵈어요!하고 담백한 인사로 헤어진다. 

역시 쓸데없이 말하지 않아도 되서, 아침 묵언 차회가 좋다. 

나는 좀 더 앉아서 첫 자사호를 쓰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더 물어보았다.  

 

Q. 어깨가 있는 차호에서 다 먹고난 찻잎을 쉽게 꺼내는 요령이 있나요? 나무집게로 차호속을 긁어서 찻잎을 꺼내도 되나요? 

A. 된다고 한다. 집게로 얼추 꺼내어주고 물을 부어서 휘휘 돌려주면 원심력!으로 남은 찻잎을 쉽게 꺼낼 수 있어요. 대신 뜨거운 물이니 휘휘 돌릴때 뜨거운 물이 손에 튀지 않게 주의하세요 (이미. 손에 뜨거운 물 튀어본적 있답니다;;) 

 

 

Q. 차를 다 마신후 닦아주기 위해 따뜻한 물을 부어놓았을때, 찻잎이 들어있는 상태로 두는지, 찻잎을 꺼내고 빈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붓는건지? 

A. 찻잎을 꺼내어 주고, 물 부어주세요

 

 

Q. 다 먹고 난 후, 자사호에 부어둔 뜨거운 물을 얼마나 있다가 물을 버리고 닦아 주어야 하는지? 

A. 크게 관계없어요! 차호가 아직 따뜻할때 양호건으로 닦아주기만하면 되어요

 

Q. 아, 진짜 궁금했던건데. 다 먹고 나서 찻잎을 보면 큼지막하니 찻잎들이 다 온전하잖아요. 이거 다 손으로 찻잎을 딴거예요?

제주도 녹차밭 갔을때, 보통 기계로 쭉 밀어서 수확을 한다고. 손으로 일일히 따서 수확한 찻잎은 별도 주문이 들어올때만 사람을 써서 그렇게 한다고. 그래서 사람이 손으로 수확한 차가 훨씬더 비싸다고 하던데요? 

A. 네 맞아요. 다 손으로 찻잎을 일일히 따는 거예요. 주문제작을 위해서 찻잎을 수확하는건, 그해에 새로난 아주 어린 잎만 원하는 경우에 그렇게 주문해서 수확하기도 하구요, 한번 딸 때 줄기에 잎을 두개를 붙여서 딸건지, 이파리 세장을 붙여서 딸건지를 정해서 딴다고 해요. 

나 : 와.. 이거 다 사람이 손으로 수확하는 거구나.. 대단한 거였네. 

 

진짜 자리털고 일어나자! 차관에 앉아서 이런저런 궁금한것도 물어보고 일상이야기도 하다보면 수다로 시간가는줄 모르게 된다. 

 

네네. 오늘도 바지런히 차를 우려주시고, 질문에도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2024.09.11 조조 묵언 차회. 이걸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