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보는 낯선곳이라 그런지 사진을.. 거의 못찍었다.
주인장분은 또랑또랑하고 맑은 인상을 가지신 여성분이셨는데,
방문전에 어떤 숙차를 마실지 고민중이라고 이야기하고 예약했더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님을 응대하는 것이라 그런지,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분명한 입장이 있으셨다.
나 :
차를 매일 마신지는 이제 두달이 되었구요. 아침 공복에 차를 마시는데, 제일처음 먹은것은 지유소방전, 0910 무량산숙타를 다 먹고, 2019 500년고수차숙타를 먹고있는데.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 다른 숙차를 먹어볼까 고민중이었어요.
아직 제취향을 정확하게 모르는것 같기도 해서, 다양하게 이 차 저 차 먹어볼까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처음 만나는 손님에게 차를 권하는게,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오히려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유툽에서 자주 보던 분이라, 뭐든 척척 알려주실것만 같았는데. 응, 이건 내 생각!ㅎㅎ
그래도 한참을 시음하면서 이야기하다보니,
주인장 :
1) 차를 시작한지 두달이면, 지금이 제일 재밋는 때이지요
2) 여러가지 차를 마셔보는 것도 좋은데, 한가지를 깊이 이해하면 급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3) 차 맛이 매번 바뀌는거 같은 느낌이 들어 쉽사리 확신이 생기지 않는건, 차도 움직이고 차를 마시는 내몸의 상태도 움직여서 그래요. 핀포인트가 없어요.
4) 지난번에 좋았던 차를 최대한 환경. 시간이나 차호, 차우까지 모두 동일하게 맞추어도 동일한 맛이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그날 좋았던 차는 그날! 좋았던 차예요.
더 크게는 지금의 취향은 지금 나의 보이차 시기에, 내 몸 상태에서 좋아하는 차인거죠.
5) 사실은, 차가 변하는 속도보다 내가 변하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커요.
6) 그래도 최선은, 항상 차도, 나도 바뀔지라도 오늘 한 자리에서 비교를 해보고 오늘을 기점으로 선택을 하는거죠.
7) 오셨으니까, 실험을 해보죠!
멋지지 않은가. 깊이있고 단단한 사람인 것 처럼 느껴졌다.
첫번째 시음으로 0809무량산숙병을 맛보았고,
두번째차로 97 맹해성차사숙병
세번째로 03만전숙병을 마셨다.
03홍대파달도 후보에 있었던 지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숙차중에서도 결이 확연히 다른 차라 굳이 비교시음을 하지는 않았다.
비교를 한다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자리에서 같이 마셔보는게 비교의 의미가 있을 테니까.
어제 마셨던 3가지차는 모두 차회를 다니면서 한번 이상씩 맛보았던 차들이라!
그 차의 맛을 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로 아는건지는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근데 막상 같은 자리에서 먹어보니, 비슷한 차라고 생각했던
97맹해성차사숙병이랑 03만전숙병은 너무도 달랐다.
그러고보면, 찻잎의 수확 지역이 다른것도 가장 큰 차이이고, 진기도 6년이나 차이가 나니 전혀 비슷한 차가 아님은 맞는거 같다. 한국에 들어와서 적응하고 성숙된 기간도 다르고.
주인장의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나는 "다양한 숙차!"에 포커싱이 되어있어서, 은연중에 계속 비교했나보다.
원래 다니던 차관에 공동구매 할테니, 다른 구매자 분이 생기면 이야기 해달라고 했는데,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보이차는 두고두고 먹는 것이라. 두면 더 좋아지기만 할뿐이라 굳이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
아주 비싼 고급차(1편에 800만원하는 차)의 경우, 누군가 그렇게 사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주인장 본인은 그렇게 판매해 본적이 없다고. 또 보이차 한편 안에서도 미생물이 분포되어 있는 부분이 다를 수도 있어서, 꼭 똑같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막상 인식하지 못했는데
내가 첫 차호를 어떤 것으로 할지 고민했던 이야기나, 여러가지 숙차를 시도해보고싶어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라도, "아, 이 손님은 탐구력이 있으면서도 굉장히 빨리 알고싶어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인상을 받을 것 같다.
주인장은 이런 말도 했다.
"오래 갖고 놀기 좋은 취미예요. 이제 앞으로 열릴 세계가 정말로! 저는 여기서 일한지 2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흥미로워요. 그래요. 그래서 보이차가 진짜 매력적인 것 같아요. 질리지 않아요. 알면 알 수록 더 재밋고 매력에 빠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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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과 여러차를 짧게짧게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내 선택은
97맹해성차사숙병과 03 홍대파달숙병이었다.
역시 사람은 머리로 이해는 해도, 지 하고싶은대로 하는 사람인가보다. ㅋㅋ
2,3편 정도는 먹어야 하나의 차를 이해하는 깊이가 생긴다고 하던데, 그럼 4g씩 먹으면 1편이면 90일. 2편이면 6개월이다. 지금부터 6개월 동안 한가지 차만 먹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뭔가 충족되지 못한채 계속 의문이 들 것 같았다.
다들 지 성격대로 사는 거구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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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차관에 가보니.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차관의 매력은 공간이 새로운 것도 있지만, 주인장의 매력이 결국 다시 오게 만드는 핵심인것 같다는 것이다.
그 주인장분은 그 동네에 갈 때, 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또다른 차관도 한번 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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