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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소비자 이야기

보이차소비자이야기_28_부지년산차 미스테리

 

 

어제 부지년산차를 구해와서 오늘 아침 공복차로 마셔보았다. 

마실수록 궁금한게 생기는 부지년.

어느해의 잎으로 만든 차인지, 어느 지역의 차인지, 생차인지숙차인지 전혀 정보가 없다.

근데, 절대적으로 맛있다.

 

정체를 누가 알려주지 않아서, 자꾸 궁금해지고 조심조심 맛보게 되는 재미가 있다. 

 

제공된 정보에 매몰되지 않아서. 자꾸 상상하게 만드는. 미스테리 같은 차!

 

마지막 찌끄쟁이 차엽과 새로뜯은 온전한 차엽 비교 : 엄청큰 대엽종이네!

 

새로간 차관의 점장님이 부지년산차는 다 팔리고 이제 재고가 없다고, 본인이 차통에 보관하고 있던 마지막 부스러기에 가까워지려고 하는 차를 무료로 나눠 주신것이다. 친절하시게도 마지막 부스러기는 찻잎이 출수구를 막을 수도 있으니 당황하지 말라고 티백에 담아주셨다. 

 

1) 보이차 상품정보 라벨링, 이게 정상인건가? 

제조회사 : yinzhichangshou chahang :윤지 창서우 차창? 

원재료명 : 차엽(카멜리아시넨시스) - 당연히 그렇겠지, 운남대엽종인지아닌지도 모른다는거?

원산지 : 대만? 대만? 대만???... 

보통 보이 병차들의 라벨링이나 포장지에는

원재료에 운남대엽종00급차, 

원산지에 운남이라고 표시되어있는 것이 보통이다. 

 

내지도 없이 산차형태로 100g씩 담겨있기때문에 겉표면만 봤을때에는 속고 산 거라도해도 무리가 없다. 

(물론 보이병차도 껍데기만 갈아끼우기 한 것 일수도 있다. 스티커야 인쇄해서 붙이면 그만인거고.

의심하면 끝이없다. 사실, 내가 직접 구매하는 곳이 차를 믿고 살 수 있는 곳인지만 판단하면 된다. 그래서 지유명차에서 수없이 많은 100g 제품으로 유통했는데, 사기는 아닐꺼라고 생각할뿐이다.)

 

근데 실제로 차를 우려보면, 맑은 탕색과 우아한 숙향, 6,7탕까지 우려도 나이어린 차들이 풍기는 풋내따위없이 끝까지 세차때 보여주었던 숙향을 내어준다. 물론 처음보다 약하긴하지만. 시종일관 너무 달지도 않고 입안에서의 바디감도 적당히 묵직하다.  

 

 

 

2) 이 차는 생차일까, 숙차일까?

세차와 1탕에서 숙향이 아주 부드럽게 올라오는데. 

만전숙병이나 홍대파달과는 다른 숙향이라. 

이게 생차가 오래오래 익어서, 숙향이 나면 이런 향이 나는 건지 궁금하다. 

나는 80년대 생차를 먹어본적이 없기 때문에. 그 감각을 모른다. 

 

반생숙이라는 대답도 가능성은 있는데, 너무 안전한 답변 같다는 느낌이랄까?

 

원산지가 대만이라고 표시되어있는것에 기초하여 상상해보자면, 

옛날에는 대만이나 홍콩에서 숙차를 만드는 기술이 시작된 거라고 하니!

숙차로 만들기 위해서 차엽이 대만으로 건너간 뒤에, 악퇴를 거쳤던지, 거치지 않고 그대로 발효된 건지 어찌되었든 끝까지 제조공정을 못마친 산차 상태로 현재의 상태로 제품이 된건 아닐까? 

그래서 운남대엽종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거고, 원산지도 대만인거 아닐까? 

 

아니면, 대만에도 차나무는 있으니, 대만에서도 우롱차를 만들듯이 그저 보이차처럼 제다하려다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건 아닐까? 

넌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거니? 궁금하다 정말 ㅎㅎ

 

 

2) 생차의 화려한 특징은, 만든지 한 40년쯤 지나서 시간이 오래되면 사라지는 걸까? 

이 차는 내가 먹어본 10살,20살 내외의 생차들이 가진 자기주장이나 생동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97녹인철병을 처음 마셨을때, 숙차인줄 알았던 것처럼. 진득허니, 한약탕을 먹는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오래된 생차는 이런 좀 격이 다른것 같은 숙향을 내뿜고 입안에서는 자극적이지 않게 가볍게 몸에 스며드는 건 아닐까

 

 

 

아무튼 마실수록 궁금증을 주어 차에 집중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부지년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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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만난 차관의 주인장님은, 차를 오래마시다 보면, 이게 무슨차인지 맞추는게 의미가 없어진다고 하던데. 

초보자일수록 지금 마시는 차가 무슨차인지 알고싶어하고, 미리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무슨 차인지 스스로 맞추면 굉장히 좋아한다고. (실제로 잘 맞춘다고 한다. 먹어본 차의 종류가 적기때문에 헷갈릴 것이 적다는 이유이다)

음. 나도 그런데. 나는 초보이니까! 그 단계를 지나갈수도 계속 그런 스타일일 수도 있는거지!

 

 

 

새로만난 점장님의 이야기가 맞다면, 차에 대한 정보, 즉 생산연도, 지역, 생숙의 구분, 생산자, 주문자등은 어떤 차를 구매할지의 기준이 되는 것이 되겠다. 차의 브랜드나 나이와 같은 정보에 지배 당하지 않고 실제로 우려서 먹어보고, 내가 직접 느껴지는 것들과 내 몸에 영향을 미치는 작용만을 생각하는거.

그 날의 그 차 맛에 대해서만 집중하는거. 

 

그분이 하신말이 이런 의미라면, 오로지 현재에 집중하기에 보이차만큼 괜찮은 물건이 드문거 같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런것 같기도 하다. 지금이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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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기어코, 블로그 포스팅을 하루 빼먹었다.

하루라도 빼먹으면 처음부터 다시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이걸 다시시작하려니 엄두가 안난다. ㅠ

그냥 101일일 도전으로 할까.. 속상하네. 어제의 나. 왜그랬지?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