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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소비자 이야기

보이차 소비자 이야기_35_책_잭살학개론_1

 

 

티클래스 요모조모를 살펴보다가, 인스타에서 꽤나 인지도가 높은 찻집을 발견했다. (은평구 웅차)

6대다류를 직접 우려서 시음해 보는 티코스 원데이클래스도 있고, 

차와 관련된 책을 읽는 독서모임이 있어, 신청하고 책을 읽게 되었다. (밀리의 서재에 있음!)

 

 

 

우리나라에도 녹차뿐만이 아니라 전통 홍차가 있고, 그 차를 잭살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자부심도 있고, 고집도 있을 것 같은 (책의 서문부터, 누군가는 불편할 수도 있다고 스스로 경고) 저자의 이야기가 전혀 모르던 세계에 대해 문을 열어준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먹물깨나먹은 식자들의 풍월이 아니라, 조부때부터 자신까지 차를 만들어온 "촌부"라 표현하면서도

자신만의 성취와 깊이를 가진 것 같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독서모임은 11/16일이고, 책은 아직 30%정도 밖에 읽지 못햇는데, 

읽으면서 느낀 포인트들이 날아가기전에 갈무리 하기 위해서 임시저장 글을 씀. 

 

 

 

포인트 1. 용어 : 녹차, 잭살

 

저자 자신이 알기로 쌍계사를 중심으로 하는 하동, 화개에서는 "녹차"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사람들이 청명(靑茗, 맑을 청, 차새싹 명)이라고 부르던 것을 일본에서 유학한이, 징용에 다녀온이들, 일본식 교육을 받은 이들이 일본 녹차에 익숙했고 

우리나라에도 좋은 차가 나온다니 습관적으로 말해왔던 녹차라는 말을 두루 사용하게 된거 같다고. 

 

그렇다면, 뭐라고 부르는게 적절한 표현인지. 명확하게 구분해 주지 않아서 좀 아쉽다. 

 

그래서, 잭살이 뭐냐?.. 

 

녹차 관련 다큐들을 보다보면, 다산 정약용의 떡차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우리는 산차형태의 녹차에 익숙한데 정약용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형태의 차를 마셨고, 그 제작과정을 보여주는게 보통의 스토리)

 

근데,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19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경술국치, 일제강점기, 남북이념대립, 625전쟁까지), 불과 130여년 사이에 이 역사들을 다 거쳐왔고, 이런 역사 속에서 양반도 없어졌지만, 서민들도 배가 고프고 삶이 고달파서 떡차를 만드는 것과 같은 복잡한 노동을 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떡차 : 찻잎을 따서 - 쪄서 - 빻아서 - 뭉쳐서 - 엽전처럼형태를만들어서 - 말려서 - 가루를내어 - 화로에불을지피고 - 물이끓기싲가하면 불을 끄고 - 차가루를 넣고 - 솔잎을 묶은솔로 휘저어서 - 그릇에 부어 마시는

 

반면에 잭살은 서민들의 비상 상비약 같은 차로

어린(봄철)의 찻잎이 아니라, 좋은 상품은 높으신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늦여름에 큰 찻잎으로 만든다고 한다. 

아이가 아프거나, 아픈 기미만 있어도 잭살을 먹였다고 한다. 배앓이, 설사, 두통에도 잭살을 먹었고, 감기에 걸렸을때에는 유자를, 목이아플때는 모과를 넣어서. 약처럼 구비해두고 먹었다는 서민들의 차라고 한다. 

 

 

이 책의 이 페이지가 잭살의 개념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p.161)

 

"따 온 찻잎은 저녁밥을 먹고 아랫목 미지근한 곳에 시들려 놨다가 숨이 죽어 시들시들해지면 잠들기 전에 한 번 쓱쓱 비벼주고는 대바구니에 담아 광목천으로 덮어 놓고 잤다. 찻잎의 양이 너무 적거나 많으면 천으로 된 콩자루에 돌돌 말아서 아랫목 구석진 곳에 두었다. 띄움방식의 발효과정이다. 

(중략)

아침밥을 해먹고 남은 가마솥 뚜껑의 미지근한 잔여 열기로 건조와 후발효를 동시에 수행했다. ~~ 양이 많은 날은 마루나 마당에 널어놓고 들일을 나갔다. 저녁이면 말려둔 차가 고슬고슬 잘 말라있다. 비가 내리거나 부모님 들일이 늦어지면 집에 있던 아이들이 후다닥 차를 걷어들이곤 했다. 한줌의 잭살은 이처럼 욕심없는 바람같이 먹을 만큼만 만들었다. 

- 잭살학개론, 정소암. 2023.06

 

마치, 아이유가 부른 가을아침 내겐정말~하는 리메이크 노래 같지 않은가. 상상이 술술되는, 

 

 

저자는 잭살은

만드는 제다 과정으로는 홍차와 같은 성격을 가지는 데, 맛은 백차, 청차, 황차의 모두의 감각을 내어준다고 한다. 

실제로 마셔보면 어떻게 다른건지는 차회에 가봐야 알 것 같다. 

 

우리나라 홍차는 딱 한번 먹어보았다. 그래서 기대도 된다. 

한편으로 백차, 청차, 황차를 내가 구분해 낼 수 있을까? 싶기는 하다. 녹차와 흑차의 간격은 너무나 극명해서 나도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백차, 청차, 황차를 맛으로 따로따로 구분? 가능할까?

 

그리고, 이책을 쭉 읽어나가다보니, 또 그 생각이 든다. 

작년부터 쭉 느껴오는 것인데, 자신이 가진 것을 크게 생각해야 사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시간이든, 지식/경험이든, 노동력이든 말이다. 

 

 

 

포인트2. 중국식 제다 표현, 차도구 표현과 우리말

 

나도 공도배와 숙우라는 말이 같은 물건을 말하는 건지 궁금했었고, 차를 만드는 과정에 등장하는 살청, 유념과 같은 말들이 뭔말인지 지금도 어슴푸레하게 알고 있을 뿐인데. 이걸 우리말로 표현하니 이해하기는 쉬웠다.

 

(저자는 매칭해서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매칭시켜서 블로그에 쓰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차 모임에 다녀온 이후에, 더 정확하게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나중에 블로그 글을 수정하겠다!)

 

저자가 소개하는 우리말 표현들은 아래와 같다. 

(차를 만드는 과정) 찻잎을 따다 / 찻잎을 시들리다 / 차를 덖다 / 차를 비비다 / 차를 띄우다 / 차를 말리다 / 차를 빚다 / 차를 털다 / 백차를 마름하다 / 차솥에 익히다

 

(차 도구) 차 주전자 / 식힘사발 / 찻잔 / 차 숟가락 / 차통

 

 

말은 생각을 지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또 사대주의에 빠지지 말자고 계몽주의를 부르짖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팔자좋은 한량들의 풍류적인 표현이었을 것만 같은 공부 용어(비구영객, 내외협공, 맹신목림, 오룡입궁, 고산유수, 춘풍불면, 관공순성 / 약심배, 맹신호)나 지나친 형식미를 추구하는 걸 듣거나 보면 나도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나는 순우리말만 쓸꺼야! 하는 것도 웃기는 처사인것 같다)

 

 

중국차를 마실때에는 그 차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을 쓰면 되는 것이고, 한국차를 마실때는 그 차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을 쓰면 될일 아닌가.

 

 

맞다틀리다. 옳다그르다의 영역이 아니라.

그 때 그 사람들과 적절히 어울리기 위해 단어를 선택하면 될 것을. 

 

 

책을 읽으면서 또 생각나거나 갈무리할 내용들이 있으면 2탄으로 쓰기로!